한 국 / 상생한의원 원장
식약동원食藥同源
우리 민족은 명절 음식이나 제사음식에 청적황백흑, 오색 빛깔의 오색 나물이 빠지지 않았다. 오행(목, 화, 토, 금, 수)에 맞춰서 다섯 색깔(청, 적, 황, 백, 흑)을 배치하는데, 오색 나물을 고루 갖춰서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하는 우리네 풍속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오행을 그만큼 중시하였다는 사실을 음식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하였듯, 오행의 목화토금수에 해당되는 오장은 肝心脾肺腎(간심비폐신: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이다. 동양의학에서는 간, 심, 비, 폐, 신 오장의 기운이 조화롭지 않으면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부족한 기운의 장기를 위해 해당 오행에 따라 선별하여 음식을 집중해서 잘 먹으면, 간심비폐신이 조화롭게 되고 결과적으로 건강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식약동원食藥同源 곧 ‘음식과 약은 그 원류가 같다’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에도 원리가 있다. 다만 약보다는 오행 기운의 그 치우친 성질, 즉 편성偏性이 적고, 오랫동안 인류가 보편적으로 먹어오면서 몸에 적응되어 아무나 먹어도 큰 탈이 없고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 음식의 장점이다. 큰 병이 아니라 가벼운 병에는 순한 음식으로 건강관리를 해보면 어떨까?
음식의 형색기미形色氣味
음식엔 형색기미形色氣味가 있는데 형색形色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나 색깔을 말하고, 기미氣味는 먹는 순간 느낄 수 있는 향기香氣와 맛(味)을 의미하며, 동시에 식후 나타나는 몸의 기운변화를 포괄한다.
옛 궁궐에는 기미상궁氣味尙宮이 있었다. 임금님이 수라를 드시기 전 미리 음식의 기미氣味를 살펴보는 상궁이다. 독약이 들어있는지 여부, 음식이 상했는지의 여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더불어 임금님의 몸 건강 상태에 맞춰 준비한 음식이 제대로 되었는지 최종 감별하고, 오늘은 이 계절에 맞춰 어떤 음식이 좋을 것 같아서 이 음식을 준비했다고 소개하고 조언을 드리는 업무가 주요한 업무였을 것이다.
요즘에는 음식을 사 먹는 경우가 많고 식당에서 단체로 먹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옛 기미상궁이 기미를 보듯, 사먹기 전에 미리 맛볼 수가 없는 노릇이라, 음식을 고르는데 있어서 형색을 먼저 보고, 기미는 먹어봤던 기억을 더듬어서 상상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음식을 골라야 된다. 우선 이번 호에서는 음식의 색깔이 우리 건강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자.
오색 음식과 오행
木 : 시금치, 상추, 오이, 파, 머위, 돛나물, 미나리, 브로콜리, 키위, 매실 등 대부분 채소에 들어 있는 푸른 녹색류 음식들
火 : 빨간 고추, 빨간 피망과 파프리카, 적양파, 비트, 토마토 등의 빨간 빛깔의 채소
土 : 노란 파프리카, 호박, 당근, 오렌지, 귤, 바나나, 파인애플, 고구마, 망고, 카레, 노란 콩, 계란노른자의 노랑 색깔의 음식들
金 : 쌀, 밀을 포함한 대부분의 곡식 전분질, 무, 배추속, 파뿌리 등 뿌리채소나 뿌리한약재 등의 흰 빛깔과 잣, 밤, 호두 등의 견과류 속, 배(껍질제외), 흰색 버섯류
水 : 대부분의 씨앗, 검정 버섯류, 검정 콩, 포도, 오디, 복분자, 익힌 고사리 등 거무스런 빛깔의 음식들
사실 자연계에 존재하는 각종 동식물을 포함한 만물의 빛깔은 크레파스나 물감에서 표시하는 절대적인 색깔이 아니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빛깔이다. 한자말인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을 우리 말 훈으로 읽어보면 자연의 색깔 느낌이 좀 더 마음에 와닿을 수도 있다. 푸를 청, 붉을 적, 누를 황, 흰 백, 검을 흑.
푸른색은 풀의 색
푸른 색은 풀의 색이다. 풀색이 푸른색이 되었기 때문에 진한 하늘빛 파랑 색과는 엄연히 다른 느낌이 있다. 오히려 녹색이 풀의 색이다. 언제부터 청색靑色이 파란 색깔로 쓰이게 되었을까 고민해보니 ‘쪽’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었다. 쪽도 풀이기에 녹색 잎을 가지고 있지만, 염색을 하면 하늘보다도 더 파랗게 염색이 되니,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사자성어도 생기게 되었을 것이다. 녹색은 동록銅綠이라 하여 구리에 실금이 가서(絲) 벗겨지면(剝) 녹슬게 되는데 거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우선 청색을 푸를 청으로 새김했으니, 오행을 공부할 때는 당분간 풀의 색을 떠올리자. 봄이 되면 연두빛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음력 3월이 되면 완연한 녹색 푸르름이 가득하게 된다. 녹색은 동방 木의 색이요, 간을 보하는 색이다. 간개규어목(肝開窺於目: 간의 기운은 눈의 구멍으로 열린다)이라고 하여 동양의학에선 눈 건강에 간의 건강이 특히 중요하다고 보았는데, 현대의학적으로 시금치 같은 녹색 잎 채소는 특히 루테인이 많아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Vitamin C는 과일 속에도 많지만 실은 대부분의 푸른 잎에 많이 함량되어 있다. 냉이, 달래, 돛나물, 세발나물 등 봄나물에 특히 많고 깻잎, 고추잎, 감잎, 녹찻잎에도 많은데 이른 여름에 뜯은 것일수록 많다고 하니 과연 Vitamin C는 木기운을 상징할 만도 하다.
■녹색 채소 왜 먹어야 하나?
대부분의 채소엔 이 푸른색이 있으며, 녹색 채소 속에는 광합성을 할 때 필요한 엽록소가 많이 들어있다. 엽록소, 즉 클로로필chlorophyll은 그리스어의 녹색을 뜻하는 클로로스chlorous와 잎을 뜻하는 필론phyllon에서 유래된 말이다. 엽록소 한 단위 안에 마그네슘 한 원자가 있고 원자배열 고리는 포르피린 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에 따라 엽록소a, 엽록소b로 나뉘기도 한다. 이 마그네슘은 인체 내 근육 수축과 이완에 중요한 성분이며, 엽록소 속의 포르피린 구조 속 마그네슘이 철분으로 치환이 되면 헤모글로빈 형성시 재료가 되기 때문에, 적혈구 형성에도 중요하다. 肝主筋(간주근: 간이 근을 주관한다), 肝藏血(간장혈: 간은 혈액을 저장한다)이라 하였듯이, 그만큼 녹색 음식은 간 건강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녹색 채소는 식이섬유도 많아서 배변활동에 중요하며, 장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붉은색은 불의 색
붉은색은 불의 색깔이다. 불의 색깔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빨간색만이 아니고, 타는 재료나 온도에 따라 노란불, 주황색불, 빨간불, 파란불, 보라색불까지 화려하고 변화무쌍하다. 생명체의 화려함은 자기 과시용이다. 식물은 여름철로 갈수록 화려한 잎과 꽃을 피우며, 동물 또한 짝짓기를 하기 위해 화려한 털이나 깃털로 단장을 하고, 색욕色慾을 부리며, 생식활동을 한다. 화려한 잎이나 꽃들이 바로 이 사랑의 열정, 자기 과시, 화기火氣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 컬러풀한 음식, 즉 火氣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심장이 좋아진다.
Heart, 붉은색을 상징하는 심장!! 그 열정을 식히고 싶지 않다면 위 붉은 채소과일과 더불어 붉은 채소(붉은 파프리카 피망, 고추)들을 많이 드시면 좋을 것이다. 육식을 많이 하는 서양인들이 토마토를 모든 요리에 활용해서 심뇌혈관 건강을 지켜왔듯이, 육식이 많아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여 서양인처럼 토마토를 즐겨 드시던지 빨간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있는 김치라도 자주 드시던지 해서 내 혈관 건강을 지키자.
■붉은색 성분은 카로티노이드
실제로 붉은색, 컬러풀한 채소나 과일에는 식물에서만 합성되는 카로티노이드 성분(C40H56)이 많다. 카로티노이드는 분자배열에 따라, α-카로틴, β-카로틴, γ-카로틴, 리코펜 4가지로 나뉜다. 화학적으로 분자구성은 똑같으나 모양을 달리하면 이성질체라고 한다. 이 네 가지는 이성질체다.
당근의 주황빛은 β-카로틴이 많아서 그렇고, 홍시감, 수박, 토마토, 석류, 고추, 빨간 파프리카의 붉은색은 리코펜이 많아서 그렇다. 이 카로티노이드는 분자배열 상태나 수소의 이온화 정도에 따라 변화되어 노랑, 주황, 빨강, 보라빛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햇볕 받는 위치에 따라, 날씨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변화되는 이유이다.
과일 열매나 나뭇잎들은 처음엔 엽록소(클로르필) 성분 때문에 녹색 빛깔로 보이다가 광합성을 끝내고 엽록소가 줄어들고 차츰 익어가면서 카로틴과 리코펜이 늘어나면서 노란색, 붉은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특히 온도가 30도 이상 고온이면, 붉은 색소 리코펜 함량은 최고조에 이른다고 한다. 이 카로티노이드들은 분자 내에 산소를 포함하지 않았을 뿐더러 외부 산소와 쉽게 결합되어 무색으로 바뀐다. 우리 몸에 들어와 활성산소(산소이온)와 결합하여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고 염증을 완화해주기 때문에,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 적색소 리코펜lycopene은 항산화력이 다른 카로틴들보다 2배이상 높다고 한다.
■여름 열매 : 토마토, 수박, 딸기
이처럼 火氣(화기)를 상징하는 리코펜(적색소) 함량이 높은 열매엔 토마토, 수박, 딸기가 있다. 부지런한 농부들이 여름엔 다른 일을 하고, 겨울에도 쉬지 않고 온실 속에서 딸기를 키우니 이른 봄부터 딸기가 출하해 판매되고 노지 딸기는 나오지 않으니 여름이란 대명사가 없어져 버렸다.
요즘 아이들은 모두 딸기축제가 있는 3월이 딸기의 제철인 줄 안다. 이 딸기를 포함해서 여름열매의 토마토, 수박은 원래 땅에서 자라는 채소열매라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일년생이고 땅 옆을 기어자라는 덩굴식물이기 때문에 하우스를 높게 치지 않아도 되니 온실에서 키울 만하다. 그렇지만 이 붉은 과일들은 이글거리는 날씨인, 고온의 여름철에 먹어야 리코펜 생성이 제대로 될 수 있으니 여름철에 먹어야 제맛이다.
노란색은 누리(땅) 색
노란색은 누런색과 통하고, 누런색은 누리에서 왔다. 누리란 땅이다. 온누리의 쓰임에서도 볼 수 있다. 허허벌판 누렇게 물든 벼들을 상상해도 좋고, 갈대숲을 상상해도 좋다.
땅은 모든 것을 포괄한다. 우리 인체에 있어서는 똥이다. 누런색은 바로 똥색이다. 똥은 몸 밖으로 나와 땅에 합쳐진다. 한 모음 글자 차이로 비슷한 어감의 말이 된 것은 우연일까? 우리가 섭취한 음식에 따라서 대변 색깔이 달라지는데, 건강한 사람일수록 음식을 고르게 섭취한 사람일수록 노란색에 가깝다. 그 이유는 담즙(쓸개즙)이 잘 나오기 때문이며, 담즙 속의 빌리루빈 색소 때문이다.
노란색이 몸에 나타나면?
하지만 이 노란색이 대변에 나타나지 않고 몸에 나타나면 건강에 있어서 적신호이다. 엄연히 몸 밖으로 내보내어야 하는 2차 대사산물인 빌리루빈이 어떠한 이유로 나가지 못하면 몸이 노랗게 되는데 이를 황달黃疸이라 한다. 눈의 공막을 포함해서 피부가 많이 노래진다면 혈중빌리루빈이 높아지는 것이므로 간염 또는 담낭폐색질환(담석증, 담낭), 급성적혈구파괴(혈액암 등) 등을 의심해 봐야 한다.
눈의 공막은 괜찮으나 피부가 약간 노란 사람은 평소 귤이나 오렌지 등 황색소가 많은 음식을 과하게 먹었는지 살펴보고, 그렇지도 않았다면, 비위의 운동이 안 좋아서 배변이 잘 안 되는 변비 체질이거나 비장기능이 약한 소음 체질일 수 있다. 심장 기능이 약해 혈액순환이 안 되거나 비장이 약하면, 수명이 다한 적혈구를 빨리 캐치해서 몸 밖으로 빨리 내보내어야 하는데 늦어지기 때문에 혈중 빌리루빈이 약간 높아져 피부가 누렇게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멍이 잘 드는 사람들, 멍자국으로 변하여 드문드문 노란색으로 변하는 즉, 모세혈관 벽이 약한 사람은 황색소인 플라본류(Vitamin P라고도 불리움)나 Vitamin C가 적어서 그럴 수도 있다.
Vitamin C 와 Vitamin P는 혈관의 저항력을 좋게 해 준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많은 것이 감귤류, 레몬 등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혈관이나 혈액 중 특히 적혈구 상태가 안 좋아서 누런 사람은, 누런 음식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황색소 때문에 더 살결이 노래 보일지라도 누런 음식을 오히려 더 먹어야 좋다.
황담의 약효
곰이나 멧돼지 쓸개를 약으로 써 보면 잡아 온 즉시 생생할 때 얼린 것은 해동을 시켜도 대부분은 노란 빛깔의 담즙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황담이라고 하고 약효를 최고로 친다. 이 황담을 바로 얼리지 않고 공기 중에 말려두면 건조화되어 갈변되면서 점점 더 흑색화된다. 마치 혈액이 바깥으로 나와서 굳어지면 검어지는 것과 똑같다. 필자가 과거 중국에서 곰 사육하는 곳에 가서 보고 들은 내용이 있는데 생포한 곰에서 처음 뽑아내는 쓸개즙은 아주 노란빛이 좋은데, 시간이 갈수록 곰들이 우리 안에 갇혀서 스트레스 받아 담즙을 뽑아내면 흑색깔 흑담즙이 나온다고 한다.
식습관이 담(쓸개)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
쓸개가 건강해지지 않는 이치를 생각하면 위와 같다. 위장 운동이 잘 안되어, 음식 적체가 있으면 공복감을 못 느끼고 계속 더부룩하기 때문에 쓸개즙이 모아지지 않고 조금씩 계속 배출이 된다. 음식물을 밑으로 내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름진 튀김류 요리나 과자 술 등 화열火熱한 음식을 많이 먹거나 술 먹고 나서 해장을 하지 않은 채 과식을 반복하면 쓸개 안에 모인 쓸개즙이 적어지고 걸쭉해진다. 게다가 스트레스로 인한 화열로 인해 쓸개즙이 더욱 걸쭉해지면 경화되어 담석이 생겨 담관을 막는 경우까지도 생기게 된다. 간과 쓸개는 표리로 목 기운이긴 하지만 비위를 잘못 다스리는 결과로 쓸개즙 자체는 병드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담즙은 정즙精汁
동양의학에서 담즙은 五臟六腑(오장육부)의 정즙(精汁)이라고 했다. 오장육부의 정기가 뭉쳐서 나오는 즙이란 뜻이다. 현대의학적으로 담즙 속의 색소인 빌리루빈의 80%는 수명을 다한 적혈구가 파괴되어 만들어진다고 한다. 대부분 지라(spleen脾臟비장)에서 파괴해서 간에서 대사를 통해 생성되어, 모세담관을 통해 담낭으로 모이게 되는 것이니 비장이 중앙토에 속하는 이유도 기능적으로도 밝혀진 셈이다.
담즙은 소장으로 나와 음식물 소화를 돕고 배변이 되어, 변 색깔을 노랗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담즙이 나오는 총담관은 췌장관과 합쳐져 십이지장(소장 중 위장과 연결되어 있는 열두손가락마디 크기의 소장 상부)으로 열려있다. 음식이 위장에서 유문괄약근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내려오기 시작하면 담즙과 췌장액은 세크레틴 호르몬 자극을 통해 함께 나온다.
췌장액이 풍부해야 음식이 완전히 소화될 수 있어 건강한 모양의 변을 볼 수 있고, 담즙이 풍부해야 황금빛 변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식물 속의 플라보노이드
식물 속의 노랑색은 위에서 말한 카로틴도 노란빛을 띠는 것도 있지만, 플라본 계열의 플라보노이드 속에서 노란색이 많다. flavonoid(플라보노이드)는 노란색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flavus에서 유래했으며, 식물과 진균류의 2차 대사산물이기도 하다. 콩도 대표적인 환원식물이며 플라본이 풍부한 음식이다. 노란 메주콩과 메주콩으로 발효시킨 청국장을 상상해보자. 이 플라보노이드는 식물의 2차 대사산물이라는 점에서, 동물의 피 속 적혈구의 2차 대사산물인 빌리루빈(담즙)과 통하는 면이 있고, 이 두 가지가 땅으로 돌아가게 되어, 온 누리를 누렇게 만들었지 않았을까?
■노란색 음식의 치료효과
이럴 때 한국 사람이라면 최고의 치료제는 노란 청국장일 것이다. 노란 발효음식을 먹어서 음식 소화를 도와 적체를 없애주게 되면, 내 장이 부패되거나 담즙이 정체되어 내 몸이 누렇게 되는 것을 막아준다. 노란 색 음식이 누래지는 것을 막아주는 이치가 오묘하다.
청국장 냄새 싫다고, 삭힌 홍어 냄새 싫다고, 익은 김치향이 싫다고 피하는 비위 약한 사람들이여~~ 발효음식을 피하면 당신 몸이 발효되다 못해 장내 유산균이 부패되니 그리 편식하시겠습니까? 편식에 합성감미료만 잔뜩 든 가공음식만 먹다보면 장내 유산균은 적어지고 가스만 차고 혐기성 균들만 가득해 몸이 어두운 누런 색으로 변해가게 된다. 내 몸 안에 배출기전이 원활하지 않아서 위장 내에 대사산물이 쌓이고 활성산소가 증가해서 혈액이 탁해져 몸이 부패되는 것이니, 온몸이 땅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호박, 바나나, 고구마 같은 노란 음식들도 대부분 위장 운동과 배변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고, 위장 안좋을 땐 노릇노릇 익힌 누룽지탕이 최고이니, 비위가 건강하지 않다면 이런 것들로 시작하시되 노란 청국장이 최고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흰색은 해의 색
흰색은 해의 색이란 뜻이다. 日(해 일) 자를 일본말로 ‘히ひ’라고 하는데 우리 고어 ‘ᄒᆞㅣ ’ 가 우리말에는 ‘아래 아’가 살려져서 ‘해’로 일본말로는 ‘아래 아’가 탈락되어 ‘히’로 된 것이다.
흰색은 형용사 수식접미사 ‘ㄴ’ 이 붙어, 흰색이 되었다. 즉 해의 색이란 뜻이다. 해를 바라보면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는 가시광선 중 파장이 제일 긴 영역만 지표면 또는 대기, 구름 등에 흡수되지 않고 내 눈에 도달하므로 붉은색 주황색 계열로 보이지만 완연히 떠오른 태양은 광명 그 자체로 눈부시게 흰 빛깔이다. 모든 파장의 빛을 모으면 흰색이 되듯이, 흰색은 통일 완성의 가을 기운을 상징한다.
식물의 열매와 뿌리색
식물은 봄 여름 햇살을 받아서 끊임없이 뿌리로부터 수액을 받고, 하늘로부터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성장하다가 가을이 되면 만물은 광합성한 대사산물들을 뿌리 쪽으로 돌려 열매를 맺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곡식이나 과일 열매의 속은 흰색이며, 뿌리 또한 흰색인 것이다. 햇빛을 받으며 광합성하는 잎은 녹색이었다가 나중에 형형색색 단풍잎이 되지만, 햇빛을 받지 않는 열매 속이나 뿌리부분은 광합성한 결과물인 탄수화물이 모여, 저장소 역할을 하기 때문에 흰색이 된다. 나무 속 수액, Gum(고무), 파 밑부분이나 땅 속에 있는 양파, 마늘 등의 하얀색을 보면 이해하기가 편하다.
햇살의 색깔인 흰색이 햇빛 못 받는 부분에 모이게 되는 꼴이니, 흰색의 역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햇빛 덜 받는 고위도 지방 사람들이 백인종이 된 것이다.
고루 섭취한다는 뜻
탄수화물이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밥끼니를 자주 거르던 가난한 시절엔 백미가 보약이던 시절도 있었으나, 요즘은 너무도 잘 먹는 세상이 되어 흰색 기피 현상이 생겼다. 활동은 하지 않는데 활동의 주동력원인 탄수화물을 많이 먹다 보니, 잠을 잘 때 근육 속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되어야 할 탄수화물이 근육량도 적고 에너지 소모도 너무 적어서 저장할 곳을 찾지 못한 채 지방으로 너무 많이 전환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아예 탄수화물을 끊으면 좋지 않다. 두뇌는 포도당밖에 쓰지 않기 때문이고, 우리 몸 100조개의 각 세포들은 무한히 새로운 단당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밥만 잘 먹으면 될 것 같아도 8가지 단당류를 모두 섭취하려면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글루코즈(포도당)를 제외한 다른 당들은 곡물의 씨앗에는 함유량이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특이한 당들은 식물의 뿌리, 나무수액, 사람이나 동물의 젖, 버섯, 과일껍질, 생선알, 어패류 등에 많다. 글루코즈(포도당) 하나만 먹더라도, 성장기 어린이나 간이 건강한 사람들은 다른 단당류로 잘 치환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간 효소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다른 단당류로 잘 치환되지 않기 때문에 골고루 섭취하지 않고 정제된 밀가루, 설탕만 먹다가는 세포가 필요한 8가지 단당류가 모두 충족되지 않게 된다.
폐에 좋은 음식
흔히들 흰 음식은 폐에 좋다고 한다. 폐는 심장과 더불어 쉬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는데 특히 오장 중 폐만 외부와 열려 있는 셈이다. 외부 공기를 끊임없이 들이마시고 있기 때문에 세균, 박테리아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감염질환이 코, 기관지를 타고 폐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인류는 흰 음식들이 특히 폐 금기운에 좋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배, 도라지, 생강, 무, 파 속 등이 모두 폐에 좋은 음식들이다.
결론은 햇빛의 흰 광명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곡식과 뿌리에 흰 전분질을 모아놓고선 벌레가 생길까봐(탄소동화작용한 결과물을 보호하기 위해) 곡식이나 과일은 껍질로 감싸고, 흰 뿌리는 땅으로부터 전염되는 균들을 죽이기 위해 알리신, 진저롤 같은 항염, 항박테리아 물질을 뿜어내어 핵심영양물질을 보호한다. 사람은 이런 흰 쌀을 먹어 폐를 통해 산소를 받아들여 다시 탄소이화작용을 하여 에너지원을 내게 되고, 산소를 받아들이는 폐는 공기로부터 쉽게 세균으로부터 공격당하기 때문에 흰 과일, 흰 뿌리 채소 속 항염물질들을 먹어서 면역을 길러 오게 된 것이다.
■흰색은 탄수화물의 순도
광명光明 빛은 모이면 하얀 빛깔이 되듯, 식물이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이뤄낸 전분질이나 수액은 모이면 하얀 색이 된다. 식물 속 흰색의 대부분은 대개 탄수화물이다. 쌀, 밀, 보리, 감자, 설탕 등 탄수화물의 순도가 높을수록 흰색이 된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들어와 분해되기 시작하면 결국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하나의 당 단위로 쪼개지게 되는데 이를 단당류라고 한다.
자연계에서 밝혀진 단당류는 200여가지 정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 몸에 쓰이는 단당류는 딱 8가지이다. 글루코즈, 갈락토즈, 만노즈, 퓨코즈, 자일로즈, N-아세틸글루코사민, N-아세틸갈락토사민, N-아세틸뉴라민산, 이 8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 되기도 하고, 단백질이나 지방과 결합하여 당단백, 당지질을 형성하여 효소나 호르몬의 역할도 하며, 우리 몸 세포막에 붙어 수많은 당 사슬을 이루어 자기세포 표현, 세포교신 등의 역할을 하는 촉수가 되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의 해법
결국 편중된 식사만 하면 당사슬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각 세포가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포교신도 엉망이 되어버린다. 세포교신이 안되어, 면역구가 외부에서 들어온 균이나, 바이러스만 죽여야 하는데 자기세포를 공격하게 되는 것이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머티스, 아토피, 베체트, 천식 등이 대표
적인 자가면역질환인데 이런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은 평소에 포도당 말고 다른 단당류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쌀밥, 밀가루 음식만 즐기지 말고 뿌리채소와 나물, 버섯, 흰 과일을 많이 섭취해보자.
■코로나19 같은 감기에 좋은 음식
배 속의 루테올린과 도라지 속 사포닌(도라지사포닌)들이 점액질 분비를 촉진하여 가래를 외부로 배출하게 하여 세균 배출에 용이하여 감기에 배도라지즙을 먹었다.
생강은 흰색과 노란색의 중간으로 볼 수 있다. 껍질 제외한 속살이 흰색이었다가 점점 노랗게 변해가고 시간이 더 지나면 갈색으로 변화되어간다. 색깔에 맞춰 보면 비위와 폐 모두 좋다고 볼 수 있다. 생강의 매운 성분인 ‘진저롤’(Gingerol)은 항세균, 항염작용이 우수해서 기관지, 폐가 세균에 감염될 위험을 낮춰준다. 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폐렴으로 쉽게 발전하는 것이 특징인데, 생강차를 매일 음용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여 중국 내에 생강 파동이 불었을 정도다.
무는 톡 쏘는 매운 성분인 티오글루코사이드가 잘리거나 씹어져서 파괴될 때 느껴지는 맛인데, 항암, 항염작용이 우수해서 감기 예방에 좋다. 생으로만 너무 많이 먹으면 매워서 속이 쓰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겨울철 동치미를 담가서 먹어왔다.
파의 흰부분을 총백이라고 해서, 예전엔 급하게 감기기운이 생기면 밭에서 파뿌리 하나를 뽑아다가 푸른색은 음식에 쓰고, 흰 뿌리부분은 생강과 대추와 함께 달여 초기감기에 응용해 왔는데 이것이 총백탕이다.
양파나 마늘의 흰 성분에도 항염, 항산화 작용이 많은 황화알린, 알리신 등이 많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검은색은 가문 색
검은색은 한자 黑(흑)을 생각하면 진한 흙의 색이라고 볼 수 있지만, 玄(현)자는 가물 현으로 새김하므로, 가물가물하다, 어두워서 잘 모르겠다, 가물었다(수기가 고갈되어 변화가 정지된 상태)의 의미가 강한 색깔이다. 자연계에서 완전 검은색에 가장 가까운 색은 광물질인 “먹”이 있지만 이는 무생물이고 생명체에도 검은색에 가까운 건 얼마든지 많다. 우선 검정콩, 쥐눈이콩, 오징어가 내뿜는 먹물, 능이버섯껍질, 포도껍질 등도 있지만 들깨를 포함한 수많은 식물의 작은 씨앗이 검은색에 가깝다. 흑색이 아니더라도 만물이 씨앗으로 응축되면 농사꾼이 아닌 이상, 이 씨가 무슨 식물의 씨인지 죄다 갈색 톤, 검정 톤이어서 가물가물 알기 어려우니 씨는 가문 색이다.
해독, 휴식, 성장의 의미
이처럼 검은색 음식이라면 해독과 휴식, 성장의 의미가 있다. 만물이 씨앗 하나 남겨놓고 휴식을 취하듯, 사람도 해가 저물고 어두워지면 주위가 깜깜해지니 낮에 분비되었던 세로토닌이 멜라닌으로 변환되어,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잔다. 잠을 충분히 자고 에너지를 축적해야 몸이 성장을 하고 내일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인체에 있어서 해독과 휴식(잠), 성장에 가장 중요한 장기는 신장이며, 부신호르몬이다. 해독의 의미로는 사구체, 성장의 의미로는 부신호르몬인 것이다. 해독의 의미는 사구체에 있다. 1차적인 피로물질의 분해는 간에서 하지만 혈액을 순간순간 걸러서 몸 밖으로 소변을 만들어 내보내는 것은 신장 사구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부신호르몬은 신장 위에 붙어 있는 호르몬 조직으로 태어날 때는 신장의 크기만큼이나 큰데, 노화되어 죽을 때는 작아져서 흔적만 남는다. 성장기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에스트로겐 등의 성 호르몬에는 난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신에도 있으며, 부신 말고 하단전, 엉덩이 근육 사이사이 좋은 지방에도 저장된다.
장수하려면 겨울에 만물이 콩알, 씨알들에 에너지를 모아 휴식하듯이 매일매일의 에너지를 비축하여 하단전에 정을 잘 비축해야 하고, 잠을 잘 자고 휴식해야 한다.
■블랙푸드 : 검정콩, 오디, 아로니아
한참 블랙푸드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검정콩, 오디, 아로니아 등 검정콩은 이소플라본 함량이 노란 콩보다 높다고 한다.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면서도 유방암 발생비율을 높이지 않는다고 해서 인기를 끌었고 피부 탄력 섬유인 콜라겐도 일반 콩보다는 높다고 한다. 또한 vitamin B1, B12 등이 풍부하여 항산화력이 좋고, 사포닌도 소량 포함하고 있다. 예전엔 도를 닦는 도인들이 다른 음식은 금식한 채 쥐눈이콩을 조금씩 물에 불려가며 먹으며 도를 닦기도 하였다고 한다. 요즘엔 콩 속에 풍부한 식이섬유소가 많아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용으로 쥐눈이콩을 분말하여 미숫가루로 물에 타 먹는 사람들도 많다.
오디, 블랙베리, 아로니아, 포도껍질 등 검정 빛깔 나는 열매에는 검푸른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이 안토시아닌은 숙면에 도움이 되고 강한 해독작용을 한다. 또한 위에서 열거한 검은 열매들은 열매의 바깥벽이 얇은 대신 ‘레스베라트롤’이라는 항산화 성분이 함유돼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식물이 곰팡이 균 등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물질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검은 식물에 함유돼 있는 레스베라트롤은 암이 생성되는 개시, 촉진, 진행 등 3단계에서 모두 차단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징어나 주꾸미 먹물에 들어있는 멜라닌 색소에서 분리된 ‘일렉신’이라는 성분이 강력한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검정 쌀이나 검정깨에는 안토시아닌, 멜라닌 외에 레시틴 함량이 높고 미네랄이 많은데 미네랄 중 특히 셀레늄 함량이 높다. 레시틴과 셀레늄은 뇌 건강과 성장에 중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색깔의 의미
계절에 따라 자연의 색은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듯, 어느 특정 색깔의 음식만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무슨 병에는 무슨 색깔의 음식이 좋아요’ 같은 결론적인 조언을 기대하고 읽으신 분에게는 실망을 드렸을 수도 있다. 음식물의 각종 성분들을 조사해보면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안토시아닌 색소는 어떤 색깔 음식에도 소량씩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목화토금수, 오행의 청적황백흑 각 색깔의 중요한 의미는 대부분 간심비폐신 오장에 들어맞는다. 자연에서 먹거리를 취할 때 이 형형색색의 의미에 대해서 새겨본다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색은 광명의 무한한 빛이 각 파장에 따라 굴절되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특정 한 가지 빛깔 음식이 중요하다는 말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다만 오행의 빛깔이 청적황백흑이며, 간심비폐신 오장 기운이 제대로 잘 돌아가려면 오행 빛깔을 고루 먹어야 하고, 선조들이 오색 나물을 즐겨 먹었듯, 우리 후손들도 고른 영양섭취로 건강을 지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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