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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료

[건강] 오행과 건강-스트레스와 감정의 오행변화(2)

by 가가운장 2024. 8. 14.

한 국 / 상생한의원 원장

 

 

지난 글에서 1.노怒(성냄)와 2.희喜(기쁨)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번 호에서는 나머지 3.사思(생각), 4.비悲(슬픔), 5.공恐(두려움)이 과했을 때의 장부와 몸의 변화 및 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3. 사思 - 생각이 과하면 비위脾胃가 약해진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동물들도 어느 정도의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손을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셀 수 있는 인간만이 계산능력과 사고력이 발달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생각 사자를 파자破字하면 밭 전자와 마음 심자로 나눠볼 수 있다. 내 마음에 밭고랑을 만들듯, 오감과 육감을 통해 들어온 복잡한 상을 이성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생각할 사자의 뜻이기도 하지만 밭 전 자에는 숫자가 담겨 있다. 부터 , 도 포함되어 있고, 바깥쪽을 에워싸고 있는 에운담()의 변이 4개이고, 가운데에는 사방으로 펼쳐진 열십자()가 있다. 도형으로 보면 꼭지점이 9개다. 뿐만 아니라 토(5), 자도 보인다. 변 개수는 4+2=6이며, 열십자를 제외한 바깥쪽 4변은 두 개씩 쪼개서 볼 수 있기 때문에 8개라고도 볼 수 있다. 억지로 짜 맞춘 궤변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생각 사자 속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으로 센다, 수리를 바탕으로 우리 인간의 이성과 생각이 발달하였다는 증거가 들어 있다고 필자는 믿어 확신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힘은 인간의 고유 능력이지만, 생각이 너무 과도하면 비장을 상하게 되고, 입맛을 잃게 되고, 기운이 맺혀 풀어지지 않게 된다. 아마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입맛이 떨어지는 것은 사람에게만 있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이 과도한 사람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일 수도 있고, 집을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일 수도 있다. 또는 항상 생각에 잠겨 있는 지도자, 사업가일 수도 있다. 생각이란 오행五行 중 토기운이다. 생각이 많으면 토 기운이 과항過亢되어 맺히기 마련이다. 흙을 과도하게 쌓아놓은 언덕(돈부敦阜: 토기土氣의 과항을 돈부라고 함)에는 물이 곧바로 흐르지 못하고 막히게 마련이다. 물을 둑으로 막듯이 말이다.

 

인체의 비위脾胃는 오행 중 토. 특히 비장(췌장)의 당 조절 메커니즘이 인체의 중앙에서 작용되기 때문에 중앙토中央土에 배속되어 있는 것이다. 비위가 건강하면 위도 제대로 운동하고 비(비장: 현대적으로 보면 췌장)에서 소화액이 나오는 것으로 그 역할이 발휘된다. 음식물은 1차적으로 치아의 저작운동과 침 분비를 통해 탄수화물이 녹여지고, 위로 내려와 위벽에서 나오는 위산을 통해 단백질이 녹여지게 된다. 맑고 가벼운 양기, 즉 알콜과 에테르(음식의 향취) 및 따뜻한 음식에서 전도되는 온기 등은 직접 흉중(가슴)으로 들어가 심장 박출의 원동력인 종기宗氣(현대 의학적인 SA, AV node의 신경전도체)가 된다. 그 나머지 소화된 물질은 소장으로 내려가 소장 상부인 십이지장에서 췌장액, 담즙과 합쳐져서 더욱 잘게 소화되고 지방도 소화되면서 소장의 중하부인 회장에서 흡수되어,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온갖 영양물질이 들어가게 된다.

 

음식을 먹으면 우선 기쁜 감정이 들고 마음은 편안해야 하는데, 생각이 과도하고 특히 고도로 집중된 생각을 많이 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위장운동 및 소화효소 분비가 억제된다. 앉아서 공부만 많이 하는 수험생들이 생각이 과도해서 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비장 상태별 환자 설명 및 치료법

비허脾虛인 환자(토불급土不及) - 생각이 많아 비장의 토 기운이 울결되기 이전에, 원래부터 비장이 허한 경우가 있다. 비위가 선천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소음 계열 체질의 사람들은 비장의 양기가 부족해서, 정신을 조금만 과도하게 쓰게 되면 부족했던 입맛도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때 입맛이 좋지 않고 소화력이 약하다고 해서 자주 먹다가 굶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일시적 저혈당 상태에 빠져 손떨림이 오거나 자한증(헛땀)이나 오한이 올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는 건망증이 생기거나 불안증이 생긴다. 그러니 속이 안 좋다고 굶지 말고 밥 대신 죽이라도 조금 먹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에겐 인삼, 홍삼 등의 심장과 비장의 양기를 보하는 약, 향취가 많고 소화에 도움이 되는 새싹류가 좋고, 식후 신 과일 섭취를 통해 부족한 위산을 돕는 게 좋다. 소화제를 먹되, 위산억제제 계통의 위장약은 장복하면 절대 안 된다. 일과성 역류식도염이 있는 경우는 괜찮지만 거의 대부분 위산저하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작은 성취감이라도 맛볼 수 있는 일을 자주 하면 기쁜 마음이 들고,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입맛이 회복되면 자연 치유된다. (기쁨)는 화기火氣를 돕는다. (토불급하므로 화생토火生土법을 쓴 것이다)

 

비토울결脾土鬱結(비장의 토 기운이 울체된 사람)의 상사병 환자 - 상사병相思病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또는 진행 중인 관계와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한 마음의 병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영어로는 lovesickness(사랑병)라고 번역하여 사랑에만 국한시키기도 하지만, 동양적으로 보면 相思(서로 상, 생각할 사)보단 常思(항상 상, 생각할 사)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의학적으로 비토울결 상태는 사랑하고 그리운 연인이나 자식만을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만 아니라, 생각하는 대상이 연인 말고도 증오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풀리지 않은 사건, 되찾지 못한 물건이나 재물에 치우쳐 그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등도 모두 비토울결 상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헤어진 연인 관계나 부부, 자식을 앞세운 부모, 행방불명된 가족을 기다리는 상황 등이 상사병에 걸리기 쉬우며, 사즉기결思則氣結 상태가 되기 때문에 비장의 기울이나 기체가 심하여 장시간 음식을 먹지 못하고 탈진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사병을 한의학에서는 화풍증花風證, 회심병懷心病이라고 불렀다. 오행상극五行相克을 이용한 감정치료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주단계 선생의 치료 일대기를 소개해본다.

 

어느 대감 집에 외동딸이 있었는데 식음을 전폐하고 끙끙 앓는 병에 걸렸다. 바로 상사병이다. 여러 의사들이 진단을 하고 처방을 했으나 워낙 극심하게 먹는 것을 거부하는지라 지어준 탕약도 먹지 않고 약사발을 던져버리고 하니 치료될 리가 있나! 효과가 없었다. 얼마 뒤에 명의인 단계 선생에게까지 진료해달라고 문의가 들어온 것이다. 허나 단계 선생은 진료하자마자 침이나 탕약 처방은 고사하고 다짜고짜 지체 높은 따님에게 비웃는 말을 하고서 이상한 욕설을 퍼붓고는 돌아가버렸다. 외동딸은 분해서 대성통곡을 했다. 그 대감은 저 방자한 의사 놈을 잡아오라고 시켰는데, 이미 떠난 뒤 그의 행적이 묘연하여 잡아오질 못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 외동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병이 낫고 식사를 잘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계 선생이 대감 집 외동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골똘하게 생각한 나머지 식욕이 없어진 것을 알고 식음을 전폐하게 한 그 상사병의 원인인 생각()만 해서 기운이 울결된 상태를 화내는 감정()으로 풀어버리게 한 것이다.

 

이 치료 원리는 분노의 감정을 통해 목극토木克土하여서, 울결된 토 기운이 풀려나와 대성통곡(슬픔, 눈물로 전환됨)하게 함으로써 금 기운으로 화하게 되면(토생금土生金) 에서 막힌 오행 기운이 잘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 상사병이 있어 백약이 무효한 사람은 이와 같이 임의용지任意用之하시면 될 것이다.

 

비화脾火(비장 화가 많은) 소갈, 당뇨병 환자 - 장시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비장에 열이 쌓이면 시도 때도 없이 소화효소가 나오고, 글루카곤glucagon 호르몬이 분비되어 소갈 상태가 되는데 특히 비장이 있는 중초에 화가 생기면 중소中消(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마르는 상태)라고 한다.

 

이는 상사병처럼 풀리지 않는 생각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생각 때문에 온다. 평소 신경 쓸 것이나 해결해야 되는 일이 많고, 정신적 과로가 지속되어 비장에 열이 많이 쌓이게 되면서 소갈증이 오는 것이다.

 

소갈증이 지속되면 현대 의학적으로 당뇨병이 오고, 당뇨병은 장기적으로 관리가 잘 안 되면 신장병을 유발한다. 혈액이 걸쭉해져서 신장 사구체를 망가뜨리는 원리는 산사태가 나서 물길이 막히거나 흙탕물이 되는 이치와 같다. (토승수土乘水: 과도한 토극수土克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사무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소갈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비위의 열을 꺼뜨리는 서늘한 음식이나 림프대사를 촉진하는 음식을 자주 드시는 것이 좋다. , 황태, 콩나물, 녹두, 우엉, 연자육, 고로쇠물 등이 좋다. 맑은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휴식하는 것이 최고다. 당뇨엔 운동이 좋다고 하는 것은 휴식시간이 확보된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지, 잠을 줄여서까지 운동하면 100% 실패다.

 

감정치료로는 생각을 단절(잠을 자고 휴식)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생각이 단절되지 않으면 영화감상, 음악감상을 통해 잡념을 끊고 생각을 전환시키거나 수행을 통해 무념화시켜야 한다.

 

보통 생각을 줄이고 마음이 편안하면 호흡도 편안하나, 너무 생각을 하나로 골똘히 하면 호흡이 짧아지거나 깊은 숨을 쉬지 않고 얕은 숨을 쉬어서 거의 정지 상태에 가깝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운이 울결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심호흡, 단전호흡을 통해 비장의 기운이 폐 기운으로 잘 승달이 되면(토생금土生金), 비장에만 머물러 있는 울결된 열이 슬며시 풀어지게 되는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다.

 

 

4. 비悲 - 슬픔이 과하면 폐肺가 약해진다

 

슬픔()과 우울함()은 폐과 관련된 감정이다. 는 슬퍼하고 애통哀痛한 감정을 말하고, 는 우울함과 걱정을 말하는데, 는 밖에서부터 오고 우는 안에서부터 발생한다. 슬픔은 외부적 사건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오지만 걱정은 나만 아는 것이고 내가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슬프고 우울한 감정은 희락喜樂(기쁨과 즐거움)과 상반되는 감정이며 기운을 삭히고 소모시킨다. 이는 폐가 우리 몸의 기를 주관하는데, 오래도록 슬퍼하면 몸의 바깥 위기衛氣가 수축되어, 모공 등 피부가 닫히면서 바깥으로 발산되지 못한 기운이 안으로 뭉치면서 열기가 속에서 생기고, 그 열기가 폐의 진액을 말리고 손상시키면서 기가 소모된다는 뜻이다.

 

폐장 상태별 환자상태 및 치료법

폐기부족肺氣不足 : 폐의 양기가 부족한 사람은 우울한 감정이 생기기 쉽다. 반대로 걱정거리가 많고 우울한 사람은 기가 하강하여, 폐의 양기가 점점 떨어지게 된다.

 

폐는 호흡을 통해 우리 몸의 기를 주관하면서도 동시에 면역과 관련이 깊다. 온몸 구석구석, 체표면으로 기를 뿜어내는 것은 폐가 호흡을 통해 담당하기 때문에, 호흡이 편안하고 규칙적이며, 심호흡이 되어야 기가 잘 뿜어지게 되며, 피부 바깥쪽까지 기운이 잘 발양이 되어야 체표면의 풍한사기風寒邪氣로부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말초까지 기운이 뻗쳐야, 림프순환도 활발하여 인체 면역도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것이다. 폐가 약하면 당연히 감기 등 풍한사기로 인한 감염 질환이 잘 걸리게 된다.

 

우울한 사람은 심장 박동도 느려지고 정신도 쾌활하지 못하여 활동량도 줄어든다. 또한 걱정거리가 생기면 생각이 많아지면서 비토脾土와 폐금肺金 모두 울결이 되어, 호흡마저 거의 정지 상태에 가깝게 짧게 하다가 몸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면 한 번에 몰아서 이따금씩 한숨을 크게 내쉬게 되는 것이다. 우울하고 호흡이 짧아졌으나 먹고 마시는 양은 그대로면 누구보다도 살도 많이 찌고 담도 많아지게 된다.

 

필자도 임상을 하면서 관찰해보니, 우울증을 앓은 지 최소 5년 이상이 된 환자는 폐의 양기가 선천적으로 약했거나, 후천적으로 약해져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우울증 약에 의존하면서, 운동 등 개인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사람은 모두 담 배출이 잘되지 않아 부종이 오거나 살이 많이 찌되, 무른 흰 살이 찌는 경향이 높고, 피부 관련 질환자가 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폐가 약하면 림프대사가 안되고 피부도 약해지기 때문이다.(폐주피모肺主皮毛: 폐가 피부와 모발을 주관한다)

 

치료는 태양 빛을 적당히 받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는 것이다. 기쁘고 즐거운 마음은 당연히 우울한 마음을 없애주며, 태양 빛을 쐬면 심장과 폐의 양기가 좋아지고, 심장 박출력과 폐의 호흡에 힘도 생기면서 동시에 엔도르핀endorphin, 세로토닌serotonin 등의 활력 호르몬이 잘 생성된다. (火 克 金 喜 克 悲)

 

폐음부족肺陰不足 : 한방에서 폐음은 현대 의학적으로 말하면 폐가 가지고 있는 필수 진액, 특히 뮤신 같은 당단백, 리보단백질 등의 점액물질을 포함한 폐계면활성물질이라 볼 수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별일도 아닌데 쉽게 울거나, 슬픈 일을 당하여 자주 울어서 눈물, 콧물 등의 손실량이 많아 점액질이 손상되거나,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폐의 진액이 부족해지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진액은 걸쭉해진다. 폐는 영원히 터지지 않는 풍선과 같다. 호흡을 위해 영원히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해야 하는데 폐계면활성물질은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계면활성물질을 포함한 우리 몸의 점액질의 충분 여부는 피부로 잘 드러나는데, 피부가 너무 건조하거나 갈라져 있는 사람, 더운 한여름에 삼계탕을 먹어도 피부에 땀은 나는데 기름이 번들거리지 않는 사람은 부족 상태다. 물론 기름진 것을 많이 먹어서 살은 많이 쪄 있는데 운동량이 너무도 부족해서 모공이 막힌 사람은 예외일 수 있지만. 마른 체구에 피부까지 건조한 사람은 폐계면활성물질이 적어서 폐질환 발생 확률이 높다. 예를 들면 기흉(흉강에 공기가 차서 호흡이 잘 안 되는 질환)이 대표적이다. 기흉(pneumothorax)이란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날 미세하게 갈라지며 갑자기 타이어에 펑크가 나듯이, 폐계면활성물질이 적어져서 유연한 폐포의 장벽이 유지되지 못하면 서서히 폐와 흉막 사이로 공기가 빠져나가고, 그 압력 때문에 폐가 위축되어 호흡곤란이 되는 병이다.

 

폐윤활액이 적어지면, 폐 기관지 속의 담이 너무 걸쭉해지면서 천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폐에 점액질이 부족한 사람은 특히 점액질 함유량이 많거나 점액 생성에 좋은 견과류, 콩류, 은행, 식물성 기름, 흰 살 생선, , 메론 등이 좋고 점액이 적으면서 끈적이는 상태로 담 배출이 잘 안 되는 사람은 무, 배추, , 도라지 등이 좋다. 이와 함께 적당한 운동을 겸한다면, 폐가 건강해져서 슬픈 사건이 발생해도 시간이 지나면 잠시 지나갈 것이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5. 공恐 or 경驚 - 두려움이나 놀람이 과하면 신장腎臟이 약해진다

 

태생적으로 신장이 약하게 타고나면 잘 놀라거나 두려움이 많고, 반대로 어려서부터 너무 충격적인 일을 많이 당해 자주 놀란 사람은 신장이 약해진다.

 

 

결과적으로 왠지 모르게 잘 놀래거나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신장이 약한 체질을 타고났거나

 

인생을 살면서 서서히 약해졌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위에서 말한 두려운 마음과 놀라는 마음은 둘다 신장을 약하게 하지만 사실 작용은 조금 다르다. 두려운 마음은 기운 소통을 안 되게 하며, 놀라는 마음은 기운을 산란시킨다.

 

두려운 마음은 기운을 밑으로 너무 내려가게 하고 쪼그라들게 만든다.

 

하초下焦의 신장의 정기가 상초上焦의 심장과 잘 통해 심신이 교구해서 수화운동이 잘 되어야 건강한데, 심하게 두려워하는 마음이 많아지면 기운을 하강시켜 상초로 도달되지 못하고 하초에만 머무르게 하여, 하초는 하초대로 막혀 창만이나 부종이 오게 되고, 상초의 심장의 열은 축적되어서 불면이나 정신질환(분노조절장애)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밖에서는 생소한 사람에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작용하여 혼자 밖에 다니질 못하다가 집안에서는 가족에게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서 폭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두려움과 분노의 상반된 감정이 같이 나타나는 이유인 것이다.

 

놀라는 마음은 내 신명(神明)을 밖으로 내달리게 한다.

 

심하게 놀라면 기가 산란되면서 양기가 밖으로 새어나가고 정으로 귀속되어야 할 기는 부족해지면서 신장이 허해지게 되는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라면 땀이 나는데, 양기가 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땀은 심장의 액인데, 심하게 놀라면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헛땀이 줄줄 나게 되는데, 이때 땀만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밖으로 흩어지고 난잡해진다.

 

놀랄 때 간이 콩알만 해졌다라고 말하는 본뜻은 신장(콩팥)의 기운이 순간 너무 작아져서 수생목水生木, 즉 신생간腎生肝하지 못하게 되어 간 기운이 수축되므로 거꾸로 콩팥 쪽으로까지 숨어버리는 형국이 된다는 뜻이다. 자주 놀라면 신장이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대담함과 욕심, 분노를 주관하는 간도 같이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자주 놀라게 하지 말라고 하는 선인들의 가르침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호에 설파했듯이 적당히 엄한 사람이 집안에 한 명쯤 있어도 괜찮지만 너무 혼이 나고 달래지지 않거나, 어릴적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서 크게 놀란 아이는 정신이 귀숙되지 않아서 여심慮心(생각하는 마음, 깊은 생각)이 부족해진다. 당연히 공부에도 집중을 못하고, 그렇다고 간이 건강한 것도 아니어서 용감무쌍하게 운동을 잘하지도 못하게 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학습 부진아가 되기도 한다.

 

어른으로 말하면 과도한 긴장과 두려움, 놀람 속에서 업무를 계속하는 소방관들이 말년에 신장이 약해져서 당뇨와 신장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고,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심한 교통사고나 화재사고 이후 공황장애 때문에 업무를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이런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신장腎臟을 좋아지게 해야 한다.

 

상태별 환자상태 및 치료법

공포심, 두려움이 많은 환자

공포심 때문에 혼자서 집에 못 있거나, 엘리베이터를 혼자 못 타는 사람도 많다. 또는 겁이 많아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이 많은 사람은 우선 신장이 허약하므로 신장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여기서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신장이 허약하다고 하면 현대 의학적으로 신장염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요즘엔 신장이 안 좋다고 하면 투석받는 환자만 떠올리게 되어, 신장 염증 수치를 대변하는 BUN, Creatine 수치 검사가 정상인데 왜 신장이 안 좋다고 했느냐고, 진맥을 잘못했다고 따지는 분들이 있다. 사구체신염이나 신우신염 등의 신장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장의 기능을 대변하는 호르몬(부신 호르몬)이 약하다는 말이다. 물론 만성적인 신장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부신 호르몬도 점점 허증 상태로 빠지기 때문에 면역력도 약해지고 공포심, 두려운 마음이 점점 많아져서 공황장애를 앓게 된다. 하지만 혈관은 깨끗해서 신장사구체는 아직 건장한 사람 중에서도 신장이 허약한 사람도 많다.

 

망가진 신장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습관 등 기본적인 습관을 잘 지켜야 함과 동시에, 너무 잘 놀라지 않는 것(공포, 스릴 영화를 과다하게 보지 않기, 저녁부터 밤에는 안정된 마음을 갖기)이 중요하다. 신장이 약해지면 몇 달만 조심해서도 안 되고 몇 년이 걸린다. 신장은 뿌리 기운에 해당되기 때문에 다른 장기처럼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뿌리가 썩으면 나무 전체가 말라 죽듯이 신장은 망가지기는 쉬워도 회복시키는 것은 더욱 오래 걸리고 어렵다.

 

 

심지를 굳게 해서 자기 몸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신장腎臟를 주관하는데 이 심지라는 것은 일편단심의 불변의 마음이다. 이는 확고한 믿음 속에서 나온다. 자리가 믿음의 원천이라고 본다면 수자리는 믿음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오행 중 수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이 신장(콩팥)이다.

 

필자가 몇 해 전 양한방 통합 암한의학회에 참석했을 때 놀라운 논문을 접한 적이 있다. 통계 논문이었는데, 암 환자는 암에 대해 확진을 받은 순간 그 전에 비해 모든 수치가 갑자기 급속도로 나빠지더라는 것이다. 이는 암에 대한 공포심이 생겨 불면증이 오기도 하고, 두려운 마음 때문에 온몸의 기운이 아래로 축 처져서(공즉기하恐則氣下: 지나치게 무서워하면 기가 아래로 내려간다) 양기, 면역력이 저하되어 암세포가 더욱 증식한 결과인 것이다.

 

미국 최고의 암치료센터인 앤더슨 암센터에서도 암 환자 치료 프로그램에 명상 프로그램, 치료암시, 자기확신 최면 프로그램 등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휴식과 더불어 자기 심지를 굳건히 해서 치료 효과를 돕는 것이다.

 

명상과 수행으로 자기 자신의 심지가 굳건해지면 점점 망상과 잡념 특히 겁심은 없어지고 무념 상태가 되어, 하단전에 양기가 축적됨으로써 신장(콩팥)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두려운 마음이 자주 생겨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자는 사람은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관심을 다른 곳에 두어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특히 혼자 살면서 두려운 마음에 두근거리고 무서움을 타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워서 잠을 청하지 말고 퍼즐을 풀면서 잠이 올 때까지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다. 불면증이 올수록 수면제만 먹고 자지 말고, 다른 취미를 가져라. 그렇다고 해서 달밤에 체조하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골똘히 하다보면 결국 두려움, 무서움은 사라지게 된다. (土 克 水 思 克 恐 다른 생각을 골똘히 하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두려움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신장이 건강해진다. 신장이 건강해진다면?? 황제내경 소문에 신자腎者는 작강지관作强之官이니 기교출언技巧出言이라는 말이 있다. 그냥 직역하면 신장이라는 것은 강함을 만드는 관리이니 기교가 나온다는 말이다.

 

자세히 설명해보면, 기교라는 것은 교묘한 재주를 말한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조금만 겁이 나는 상황에서도 손발이 떨려서 기교를 부릴 수 없다. 신장이 건강해서 하단전과 하체가 튼실한 사람은 웬만해서는 잘 놀라지도 않고 두려움도 없으니 기교가 거기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기교하면 줄타기가 떠오른다. 작년 여름 대전 보문산 음악공연 피날레를 17살 남창동 군이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어린 고등학생 나이에 다른 어른 줄타기꾼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교를 부리는 것을 보며, 필자는 소초동 도수가 떠올랐다. 소초동 도수란 증산도 도전에 나오는 바와 같이 증산 상제님께서 행하신 천지공사 중 초립동 공사 내용을 말하는 것으로, 초립동이란 온갖 공포심이 난무하는 후천개벽(전쟁, 병겁, 지각변동)의 상황 속에서 개벽을 극복하는 일꾼의 주역은 일편단심의 지조 있는 믿음과, 태을주 수행으로 신장이 단련되어 온몸이 금강체가 된, 곧 두려움이 제로 상태가 된 소년, 청년들이다라는 뜻이라고 생각이 된다.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는 불면증 환자

어려서부터 수시로 놀란 일이 있었는데 즉각적으로 풀어주지 않았거나, 충격적인 사건을 당한 이후로 불안증, 불면증이 생긴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주 기가 산란되어서 일신一身의 정즙精汁인 쓸개즙을 생성하는 기운이 특히 고갈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동시에 심장도 약해진 사람이 많다. 쓸개는 갑목甲木이다. 갑목은 신장의 수기를 받아야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신장뿐만 아니라 쓸개도, 심장까지도 약해지게 된 환자들이다.

 

쓸개 하면 결단력이다. 결단력 없이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사람을 두고 쓸개 빠진 놈이라고 하고, 쓸개 기운이 약한 사람은 일을 착수하지 못하거나 일을 미루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쓸개(갑목)의 기운이 너무도 약하면 쓸개즙 생성과 배출이 적어지고 동시에 소장의 기운도 약해져서 소화가 잘 안 되며 헛트림이 자주 나오거나 속이 자주 더부룩해지게 되며(목생화木生火가 잘 안 됨), 소장과 표리 관계인 심장도 약해지면 소심해져 작은 일에도 잘 놀라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한방에서는 심담허겁증이라고 하고 쓸개를 보하면서도 심장, 소장을 좋아지게 하는 약인 온담탕이라는 약을 쓰는데 증상만 정확하면 탁월하게 좋아지는 편이다.

 

잠을 잘 못 자고 두근거리는 증상이 만성화되면 결국 쓸개 기운을 생해주는 어머니격인 방광(임수)도 약해져서 소변을 자주 누게 되어, 신경성인 방광상태가 된다. (갑목甲木을 생하는 임수壬水가 약해짐)

 

이런 분들은 단전호흡을 통해 신장, 방광을 좋아지게 하는 것과 동시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번잡스런 일을 적게 하면, 심란스러울 일도 놀랄 일도 적어져서 증상이 점점 개선될 수 있다. 민간요법으로 차로는 멧대추 씨를 충분히 볶아서(거의 검은 빛깔 날 때까지 충분히 볶아야 됨) 꾸준히 우려 마시면 좋다.

 

노희사비공怒喜思悲恐(성냄, 기쁨, 생각, 슬픔, 공포)

 

이 목화토금수 중 가운데 생각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는 이성이 아닌 감정에 속한다. 이 감정은 사단四端에 맞게 떳떳하고 적절하게 해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서 건강할 수 있다.

중앙 토기운인 생각은 감정이 아닌 이성의 영역이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잡념, 나만을 위한 생각을 줄이고 전 지구, 전 우주를 위하는 좋은 생각, 건전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면 내 몸은 자연히 조화주가 되어 건강해질 거라고 확신한다.

 

다음 편에는 오장과 오미의 생극관계에 대해서 논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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