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본부도장)
음력 8월 대보름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입니다.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합니다. 상제님께서도 추석은 선령신의 명절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추석 명절에 차례와 성묘를 못 하는 것을 수치로 알고 자손 된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 왔습니다. 요즘은 그 의미가 점점 잊혀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와 가장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분은 조상님이십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점점 삭막해져 가는 조상님에 대한 경외심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나’를 있게 한 선령신의 60년 공력
도전道典 속의 상제님 말씀을 보면 자손을 타 내리기 위해 불공을 드리던 수월이라는 여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증산도 도전 1:33). 상제님은 이 여인에게 선령신先靈神을 잘 받들고 정성을 지극히 하면 소원성취할 것이라고 그 방법을 일러 주십니다.
수월이라는 여인이 상제님께 “조상신이 참으로 있사옵니까?”라고 여쭙니다. 상제님께서는 “허허, 무슨 말씀을. 있고말고!” 하시며 천상의 수많은 신神들 중 우리 각자의 뿌리가 되는 조상님, 선령신先靈神이 계심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조상과 자손은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인지, 조상님을 모셔야 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도전 말씀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조상님을 모시는 우리의 문화는 지금으로부터 9,200년 전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환족이 세운 인류 최초의 나라인 환국桓國 시대에는 백성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가르침인 오훈五訓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세 번째, ‘효순불위孝順不違’라는 말이 있습니다. 효孝(효도 효), 순順(따를 순), 불不(아닐 불), 위違(어길 위). ‘효도하고 순종하여 거역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부모님과 조상님을 모시는 가르침은 1만 년 전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생활문화인 것입니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 무한한 공부를 들이나니 그러므로 모든 선령신(先靈神)들이 쓸 자손 하나씩 타내려고 60년 동안 공을 들여도 못 타내는 자도 많으니라. (증산도 도전 2:119:1~2)
나 한 사람이 태어나기 위해 모든 선령신들이 60년 동안 공을 들였다는 놀라운 말씀입니다. 여기서 선령신, 조상님이란 직계 조상과 외가 조상을 말합니다. 내 한 몸이 있기까지 아버지의 직선조와 외선조, 어머니의 직선조와 외선조, 이렇게 사선조가 내 생명의 뿌리, 근원, 창조주가 되어 주십니다.
조상님은 우리에게 제1의 수호신
태상종도사님의 말씀을 다 함께 음미해 보겠습니다.
“가장 존귀한 내 자신을 낳아 준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내 부모, 내 조상이다. 조상으로 하여금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내 개인에게는 ‘조상이 제1의 하나님’이다. 상제님보다도 우선되는 제1의 하나님이다.”
“조상은 신명계에 가서도 자손만을 위해 활동을 한다. 조상신들은 평생을 쫓아다니면서 자기 자손을 보살펴 준다.”
태상종도사님의 말씀처럼 조상님은 우리들의 제1의 수호신입니다. 우리들을 척신의 손길로부터 보호해 주시고, 모든 사고와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십니다. 또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아픈 사람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도와서 해결해 주십니다.
다음은 증손자를 안아 살려 주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차가 몇 바퀴를 굴렀지만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차 유리를 깨고 나오다 긁혀서 뒷목을 살짝 다쳐 꿰맨 자국이 있다.”며 교통사고가 크게 났지만 멀쩡하게 살아났다는 사례입니다. 놀랍게도 사고가 나던 그 시각, 어머니는 꿈에서 증조할머니가 나타나 출연자를 안아 올리는 모습을 보셨다고 합니다.
이것은 공중파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교통사고로 뒷목 쪽을 다쳐 어쩔 수 없이 뒷머리를 기르게 되었다는 사연으로,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조상님이 늘 우리 곁에 함께 계신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구도의 길을 걸으며 조상님을 체험한 사례입니다.
도생님 한 분은 입도 전 뇌출혈 후유증으로 기억력이 저하되고 손과 다리의 마비 증세로 활동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상제님 진리를 만나 입도한 후 매일 도장에 나와 아침저녁으로 태을주 수행과 도공道功을 하였더니, 차츰 건강 상태가 좋아져 활동하기도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도공 수행을 하던 중 어렸을 적에 돌봐 주셨던 외할머니가 찾아오셔서 자신과 늘 함께하고 있다는 걸 체험한 뒤에 더욱 열심히 구도의 길을 걷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만성 선령신(萬姓 先靈神)들이 모두 나에게 봉공(奉公)하여 덕을 쌓음으로써 자손을 타 내리고 살길을 얻게 되나니 너희에게는 선령(先靈)이 하느님이니라. (증산도 도전 7:19:1)
상제님의 이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모든 자손들의 조상님들이 상제님을 받들고 덕을 쌓으신 은혜로 상제님 신앙을 잘하는 자손, 개벽기에 조상님과 함께 후천으로 넘어갈 자손을 타 내린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가을 개벽기에 살 수 있도록 생명의 길을 활짝 열어 주신 분이 바로 조상님이시구나 하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선령신이 짱짱해야 상제님을 따르나니
선령의 음덕(蔭德)으로 나를 믿게 되느니라. (증산도 도전 2:78:3)
상제님의 이 말씀처럼 조상님의 음덕은 가을개벽을 극복하여 천지에 열매 맺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음덕은 남모르게 베푸는 덕, 드러나지 않는 덕을 말합니다. 조상이 마음을 잘 닦고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면, 그 음덕으로 자손이 잘되고 상제님 진리를 만나게 됩니다. 시조 할아버지부터 지금까지 플러스(+)·마이너스(-)를 해서 플러스가 더 많으면 그 자손은 우주의 가을에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반대로 조상에서 죄를 많이 지은 자손은 어떻게 될까요? 상제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령신이 약하면 척신(隻神)을 벗어나지 못하여 도를 닦지 못하느니라.······음덕이 없는 자는 설혹 들어왔을지라도 신명들이 이마를 쳐 내치며 ‘이곳은 네가 못 있을 곳이라.’ 이르느니라. (증산도 도전 2:78:2,4)
그래서 조상님의 음덕이 없는 자손들은 도장에 가려고 하면 사고가 나서 다리에 깁스를 하거나 교통사고가 나기도 하고, 수행을 할 때도 척신이 눈에 고춧가루를 뿌리거나 목을 졸라 숨을 못 쉬게 방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양 수행문화의 고전인 혜명경慧命經에는 ‘조상무덕祖上無德이면 자손수련子孫修練이라도 천필부기도天必不其道니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조상에 덕이 없으면 그 자손이 수련을 한다 할지라도 하늘에서는 그에게 도를 내려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선령신이 짱짱해야 나를 따르게 되나니 선령신을 잘 모시고 잘 대접하라. (증산도 도전 2:78:1)
이는 조상을 봉경하는 문제와 자손이 상제님 진리를 만나 살길을 찾는 문제가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결정적인 말씀입니다. 조상과 자손을 한 그루의 나무에 비유하면 조상님은 뿌리, 자손은 열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손들은 뿌리인 조상 기운으로 살고, 내가 조상을 잘 섬기면 뿌리의 힘이 강해져 자손이 튼튼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내가 잘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조상님을 일체로 받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환단고기』 「단군세기」에 등장하는 다음 구절도 깊이 새겨야 할 내용입니다.
爾生由親(이생유친)이오 親降自天(천강자천)이시니 惟敬爾親(유경이친)이라야 乃克敬天(내극경천)이라
너를 낳으신 분은 부모요, 부모는 하늘로부터 내려오셨으니, 오직 너희 부모를 잘 공경하여야 능히 상제님을 경배할 수 있느니라.
자손줄을 타고 다시 태어나느니라
도전 속에는 조상을 섬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다시 도전 7편 19장 전체 말씀을 살펴보겠습니다.
만성 선령신(萬姓 先靈神)들이 모두 나에게 봉공(奉公)하여 덕을 쌓음으로써 자손을 타 내리고 살길을 얻게 되나니 너희에게는 선령(先靈)이 하느님이니라. 너희는 선령을 찾은 연후에 나를 찾으라. 선령을 찾기 전에 나를 찾으면 욕급선령(辱及先靈)이 되느니라.
사람들이 천지만 섬기면 살 줄 알지마는 먼저 저희 선령에게 잘 빌어야 하고, 또 그 선령이 나에게 빌어야 비로소 살게 되느니라. 이제 모든 선령신들이 발동(發動)하여 그 선자선손(善子善孫)을 척신(隻神)의 손에서 건져 내어 새 운수의 길로 인도하려고 분주히 서두르나니 너희는 선령신의 음덕(蔭德)을 중히 여기라. 선령신은 그 자손줄을 타고 다시 태어나느니라. (증산도 도전 7:19)
‘무엇이든지 소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천지에만 빌어도 안 되나니 먼저 조상에게 빌고 그 조상이 나에게 와서 빌어야 뜻을 이룬다’고 하신 상제님 말씀이 참 놀랍지 않나요?
가을의 열매 맺는 근본정신은 원시반본입니다. 원시반본은 ‘시원의 근본(뿌리)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가을의 통일(수렴) 운동의 정신을 의미합니다. 이 말씀은 결실·추수하는 우주 가을의 때를 맞이하여 ‘천지 만물은 생명의 근원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상제님 도의 근본 가르침을 뜻합니다.
뿌리를 찾아서 뿌리 기운을 받고 뿌리와 하나가 되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생명의 뿌리인 조상님과 국조이신 환인 환웅 단군을 잘 모시고, 인류문화를 있게 한 진리의 뿌리이신 상제님을 잘 모셔야 합니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곳이 바로 증산도甑山道입니다.
동방의 조선은 본래 신교의 종주국으로 상제님과 천지신명을 함께 받들어 온, 인류 제사 문화의 본고향이니라. (증산도 도전 1:6)
도전 첫머리 장에 나오는 상제님의 말씀입니다. 한민족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죠? ‘예禮’라는 한자를 보면 ‘보일 시示’ 자와 ‘풍성할 풍豊’ 자가 합쳐져 있습니다. ‘풍’은 신에게 바치기 위해 그릇 위에 제사 음식을 가득 담은 모양에서 나온 글자입니다. 결국 예악문화는 천제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글자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한민족 최초의 국가 배달국의 유적지인 홍산문화에서 천제 문화의 유적지라 할 수 있는 총묘단이 발굴되었습니다. 상제님 말씀 그대로 우리나라는 상제님과 천지신명을 받들어 온 인류 제사 문화의 본고향인 것입니다.
『환단고기』 「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를 보면 둥근 단을 쌓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땅에 대한 제사는 네모진 언덕에서 지내며 조상에 대한 제사는 각목에서 지냈다(築圓壇而祭天 祭地則方丘 祭先則角木)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에는 ‘신은 반드시 참된 마음을 내려주시고 복은 반드시 나라를 흥하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제사를 올바르고 참되게 행해야 한다(神必降衷 福必興邦 直實以行)’는 내용도 있습니다.
조상은 아니 위하고 나를 위한다 함은 부당하나니 조상의 제사를 극진히 받들라. 사람이 조상에게서 몸을 받은 은혜로 조상 제사를 지내는 것은 천지의 덕에 합하느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 2:26:9~10)
이 성구 말씀은 제사를 잘 받들라고 당부하신 상제님 말씀입니다. 조상을 잘 섬기려면 무엇보다 제사를 모셔야 합니다. 제사는 생명의 뿌리인 조상을 경배하고 그 은혜를 기리는 성스러운 의식입니다.
조상과 자손이 하나 되는 의식, 봉제사奉祭祀
제사를 모시면 과연 조상님이 오실까요?
서울 잠실도장의 한 도생님은 시아버지 49제를 집에서 올려 드렸습니다. 제사 모습에 대해 사진 촬영을 했는데, 나중에 사진을 출력해 확인해 보니 사진 속에 시아버지의 모습이 찍혀 있어 그 당시 놀라운 사례가 되기도 했습니다. 돌아가셨을 때 자주색 외투를 입으신 모습 그대로 찍혔던 것입니다.
또 다른 도생님의 사례입니다. 시어머니는 한평생 천주교 신앙을 하신 분으로 며느리가 증산도 신앙을 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구박을 많이 하셨다 합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배고프다 밥 좀 다오.” 하시면서 며느리 꿈에 나타나 하소연을 하셨다는 겁니다. 이처럼 사람은 죽으면 신명이 되고 자손이 제사를 모시면 직접 조상님이 오셔서 흠향歆饗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박사님과 대학원생 6명이 제사 전후의 음식을 비교 분석하는 실험을 2주간 10회에 걸쳐 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 결과 제사를 지낸 음식은 10번 모두 평균 60~70%의 칼로리가 소모된 상태였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조상님을 섬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천도식薦道式이 있습니다. 천도식은 조상의 원한을 풀어 드리고 조상을 상제님의 대도 세계로 인도하는 거룩한 의식입니다.
사선조 천도식을 하면 조상님이 오셔서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흠향하십니다. 자손이 올린 폐백 옷을 입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시고 또 자손과 함께 태을주 주문을 읽으시는 것도 체험하게 됩니다. 천도식은 조상님과 자손이 하나가 되는 축제인 것입니다.
선령을 섬김은 가을개벽기 구원의 방도
“조상은 자손의 뿌리요, 자손은 조상 선령의 숨구멍이다. 자손이 하나도 없이 다 죽어 버리면 조상 신명들은 숨구멍이 막혀서 죽는다.”
조상과 자손의 관계에 대해서 태상종도사님께서 해 주신 말씀입니다.
천 년, 500년 묵은 고목나무가 이파리를 다 떼일 것 같으면 그냥 썩어 버립니다. 그런데 고목나무 원둥치는 다 주저앉았어도 어떤 뿌리에서 곁가지라도 하나 나면 그 고목나무가 다 살아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숨구멍입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조상님들의 숨구멍입니다.
지금은 우주의 가을개벽기입니다. 조상님을 모셔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상과 자손이 생명 기운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함께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 조상님이 우주의 가을에 열매를 맺느냐, 쭉정이가 되느냐 하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선천의 어떤 성자도 선령신을 섬기는 것을 인간이 구원받는 첫째 주제로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령신을 섬기는 것은 내가 가을의 참인간으로 생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오늘은 도전 말씀을 바탕으로 조상과 자손의 관계와 조상님을 모셔야 하는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사와 천도식 문화를 말씀드렸습니다.
올 추석에는 조상님의 은혜를 깊이 새기며 차례와 성묘를 통해 조상과 자손이 하나 되는 훈훈한 명절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언제나 수많은 조상님들이 여러분들을 보호해 주시고 함께하신다는 것을 기억하고 조상님을 잘 모신다면 여러분들의 삶이 풍성해질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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