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을 일체로 받드는 것이 옳으니라
김덕기 / STB상생방송 작가
우주의 변화를 파악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합니다. 현상적인 모습을 위주로 파악할 수도 있고, 본질적인 변화를 위주로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양의 관점에서 탐구하거나 음의 관점에서 탐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물의 변화과정을 음양, 사상, 팔괘, 십간, 십이지로 나누어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글에서는 삼극론과 질량변화를 통해 우주변화의 실상을 알아보겠습니다.
삼극으로 본 십간·십이지
이원론과 삼원론
『주역』에서는 우주의 변화를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하였습니다. 우주만물의 모체인 도가 현상계에서 드러날 때는 음과 양으로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이원론二元論으로 ‘태극 → 음양 → 사상 → 팔괘’로 우주의 변화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원론은 변화가 정지된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장점이 있지만, 역동적인 변화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음과 양은 전혀 이질적인 성질이므로 서로 만나서 변화를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변화하기 위해서는 음과 양을 이어주는 중매쟁이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중中입니다. 우주는 음·중·양이 구성될 때 비로소 역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주를 삼원론三元論으로 파악하는 것이 『도덕경』의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이생삼二生三 삼생만물三生萬物’이라는 구절입니다.*1)
이원론은 만물의 모체인 도를 이극二極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도(태극)가 음극·양극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 변화 현상도 음 운동과 양 운동을 하면서 일어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삼원론은 도를 삼극三極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도가 무극·태극·황극(음극·중극·양극)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 변화 현상도 음 운동·중·양 운동을 하면서 일어난다고 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콩에 들어있는 DNA가 음양태극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콩이 커나갈 때도 음·양의 변화를 한다고 보는 것이 이원론의 관점입니다. 그리고 콩에 들어 있는 DNA가 삼태극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콩이 커나갈 때도 음·중·양의 변화를 한다고 보는 것이 삼원론의 관점입니다. 그래서 이원론은 만물의 변화를 생성生成, 본말本末, 시종始終 등으로 파악하고, 삼원론은 생장성生長成, 본중말本中末, 시중종始中終 등으로 파악합니다.*2)
삼원론을 바탕으로 한 신교문화권에서는 삼태극을 사용하고, 태양새를 다리가 셋인 삼족오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이원론을 바탕으로 한 유교문화권에서는 음양태극을 사용하고, 태양새를 다리가 두 개 달린 주작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제천단을 쌓을 때도 신교문화권에서는 원방각圓方角의 삼원론을 중시한 것에 비해, 유교문화권에서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음양론을 중시하는 등 문화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1) 디지털Digital은 우주의 변화를 0과 1로 파악하는 것으로 이원론에 기초하고 있다. 아날로그Analog는 우주의 변화를 음양의 역동적인 순환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삼원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된 것을 디지로그Digilog라고 한다.
2) 삼원론을 가장 잘 보존하여 드러내고 있는 책이 인류의 창세역사와 원형문화를 담고 있는 『환단고기』이다.
삼극론
앞서 도가 음극·중극·양극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김일부 대성사는 『정역』에서 이를 태극·무극·황극의 삼극론으로 정립하였습니다.
천지지리天地之理는 삼원三元이니라
- 『정역』 「십오일언」
거편무극擧便无極이니 십十이니라 십편시태극十便是太極이니 일一이니라 일一이 무십无十하면 무체无體요 십十이 무일无一하면 무용无用하니 합合하면 토土라 거중居中이 오五니 황극皇極이시니라
- 『정역』 「십오일언」
삼극론은 우주의 변화를 음·중·양의 삼원론으로 파악하는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따라서 무극·태극·황극은 음·중·양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무극은 음도 양도 아닌 상태로 중中에 배속하고, 태극은 음극과 양극이 통일되어 있는 상태로 음陰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황극은 황제가 국가를 경영하며 주도한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양陽에 배속됩니다.*3) 다시 말해서 황극은 양의 분열운동이며, 무극은 분열에서 통일로 전환시키는 중의 작용입니다. 그리고 태극은 음의 통일운동입니다. 식물을 예로 들면 식물이 뿌리를 내려 줄기, 잎으로 분열되어 나가는 것은 황극의 작용입니다. 꽃이 피고 분열에서 통일로 전환되어 열매 맺는 건 무극의 작용입니다. 마지막으로 식물의 생명력이 씨앗으로 통일되는 것은 태극의 작용입니다.
3) 태太 자가 ‘콩’을 뜻하는 것에서도 태극이 음의 통일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황皇은 ‘백白의 왕王’이라는 뜻이다. 백색은 가을을 의미하므로 후천 가을세상을 통치하는 주재자라는 비의가 담겨 있다.
삼극으로 본 십간
우주의 변화를 파악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도道나 역易, 태극은 우주의 변화 전체를 하나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시간의 단위인 하루라는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하루에는 하나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음양으로 파악할 때는 오전과 오후라고 하는데, 이는 시간을 생성生成의 관점에서 본 것입니다. 사상으로 파악할 때는 아침·점심·저녁·밤이라고 하며, 이는 시간을 생장염장生長斂藏의 관점에서 본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하늘의 법칙으로 파악할 때는 십간으로 나눌 수 있으며, 땅의 법칙으로 파악할 때는 십이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4) 따라서 우주의 변화는 ‘태극 → 음양 → 사상 → 오행 → 십간·십이지’의 순서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십간을 음양으로 나누면 갑을병정무는 전반기의 양 운동, 기경신임계는 후반기의 음 운동이 됩니다. 오행으로 나누면 갑을木, 병정火, 무기土, 경신金, 임계水가 됩니다. 그렇다면 십간을 삼원의 시중종 과정, 즉 분열과 중재, 통일의 과정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를 검토하기 위해 오운도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4) 한 시간을 30분, 한 달을 30일로 나누는 것은 십간에 따른 것이며, 하루를 12시간, 일 년을 12개월로 나누는 것은 십이지에 따른 것이다. 동양에서는 한 시간을 30분,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누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간은 이를 다시 음양으로 나눈 것이다.
[황극] 씨앗은 껍질(음형)과 배아(양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임계수壬癸水는 겨울의 씨앗으로 껍질의 응고력에 추운 날씨로 인한 음 기운이 더해져 양신이 통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수축할 수 없는 양신은 결국 반발하며 분열운동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것이 껍질 속에서 발하는 목기와 화기로서 오운의 임목壬木과 계화癸火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부의 기운이 통일에서 분열로 전환된 것일 뿐, 형체가 생성되어 분열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 형체는 갑목에 이르러서야 만들어지게 됩니다. 갑목은 기토의 대화작용을 받아 갑토로 작용하여 토극수를 합니다. 껍질(水)의 응고작용을 약화시켜 양신을 탈출시킴으로써 씨앗 속에서 형체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분열운동은 갑토(갑목)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황극은 분열운동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분열운동이 시작되는 갑토는 황극이 시작하는 자리입니다. 갑토가 주도하는 분열운동은 꽃이 피기 전까지 이어지는데, 그 자리가 무화戊火입니다. 황극이 주재하는 시始의 분열과정은 갑에서 시작해서 무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무극] 황극의 분열운동이 극에 이르면 만물은 극도로 세분화되어서 음도 양도 아닌 무극의 상태가 됩니다. 꽃이 피는 기토己土의 자리로 우주의 변화가 극즉반極卽反하여 통일운동으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경금庚金에서 꽃이 떨어지면서 작은 열매가 맺히면 신금辛金에서 탐스러운 열매로 성숙됩니다. 이처럼 무극이 주재하는 중中의 전환과정은 기토에서 시작되어 신금에서 끝이 나게 됩니다. 태극은 씨앗을 뜻하는데, 임수壬水에서 씨앗의 생명력이 깃들기 때문입니다.
양陽의 운동이 시간적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서 만물이 세분화되는 데 그 세분화 작용이 극極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황극皇極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무극에 이르는 준비 과정의 끝이 바로 황극인 것이다. 즉 갑甲의 끝(先)이 황극이고 기己의 시작이 무극인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45쪽
[태극] 오운에서 임수는 정화의 대화작용을 받아 임목으로 작용합니다. 겉은 수, 속은 목의 형상으로 씨앗의 껍질(水) 속에 생명력(木)이 깃든 상태입니다. 다시 말해서 씨핵이 형성되어 새 생명을 낳을 준비가 된 것입니다. 이를 태극이라고 합니다. 태극이 주재하는 종終의 통일과정은 임수에서 시작되어 계수에서 완결되고, 이후 갑토 황극의 분열과정으로 전환됩니다. 이와 같이 십간의 변화과정은 갑을병정무甲乙丙丁戊의 황극과 기경신己庚辛의 무극, 임계壬癸의 태극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청기淸氣가 완전히 포위당하게 되면 무극은 율려운동律呂運動을 완성하면서 태극太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43쪽
음양 세계의 동정動靜은 태극에 이르러서 기氣의 통일을 완수하게 되면 그 태극은 다시 황극皇極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45쪽
삼극으로 본 십이지
십이지를 음양으로 나누면 축인묘진사오는 전반기의 양 운동, 미신유술해자는 후반기의 음 운동이 됩니다. 사상으로 나누면 인묘진木, 사오미火, 신유술金, 해자축水가 됩니다. 오행으로 나누면 인묘木, 사오火, 축미진술土, 신유金, 해자水가 됩니다. 그리고 십간처럼 십이지도 삼원의 분열과 중재, 통일의 과정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 검토하기 위해 육기변화도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황극] 해자수亥子水는 겨울의 씨앗에 해당합니다. 오운의 임목, 계수처럼 겨울의 음 기운이 더해져 내부에서 통일되던 양신이 반발하여 분열운동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를 해목亥木, 자화子火라고 합니다. 하지만 내부의 기운이 통일에서 분열로 전환된 것일 뿐, 형체가 생성되어 분열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 형체는 축토丑土에 이르러서야 만들어지게 됩니다. 축토가 토극수를 하여 껍질(水)의 응고작용을 약화시켜 양신을 탈출시킴으로써 씨앗 속에서 형체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분열운동은 축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극에 적용하면 축토는 황극의 분열운동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축토가 주도하는 분열운동은 꽃이 피기 전까지 이어지는데, 그 자리가 오화입니다. 황극이 주재하는 시始의 분열과정은 축토丑土에서 시작하여 오화午火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축丑의 단계이다.…수궁水宮의 자화운동自化運動이 끝나고 목운동木運動이 여기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167쪽
[무극] 황극의 분열운동이 극에 이르면 만물은 극도로 세분화되어서 음도 양도 아닌 무극의 상태가 됩니다. 꽃이 피는 미토未土의 자리로 통일작용으로의 전환이 시작됩니다. 이후 신금申金에서 꽃이 떨어지면서 작은 열매가 맺히면 유금酉金에서 탐스러운 열매로 성숙됩니다. 무극이 주재하는 중中의 전환과정은 미토에서 시작되어 유금에서 완성됩니다. 태극은 씨앗을 뜻하는데, 술토에서 씨앗의 응고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봄에 대기가 축토丑土 기운을 발하면 싹(芽)이 틀 수가 있고 여름철에 미토未土 기운을 발하면 성숙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15쪽
[태극] 육기변화에서 술토戌土는 술수戌水로 작용합니다. 수의 응고작용으로 씨앗을 통일하는 동시에 토극수를 하여 과도한 응고작용을 방지함으로써 씨앗의 생명력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술토에서 금의 견렴작용이 수의 응고작용으로 전환하므로 공空태극, 또는 수원水原이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해수亥水는 사화巳火의 대화작용을 받아 해목亥木으로 작용합니다. 겉은 수, 속은 목의 형상으로 씨앗의 껍질(水) 속에 생명력(木)이 깃든 상태입니다. 그리고 자수子水는 자화子火로 작용하여 씨앗 속에서 양기가 분열하는 상태입니다. 해수와 자수는 씨앗 속에서 양기가 발하는 것이므로 수水태극이라고 합니다. 태극이 주재하는 종終의 통일과정은 술토에서 시작되어 자수에서 완결되고, 이후 축토 황극의 분열과정으로 전환됩니다. 이와 같이 십이지의 변화과정은 축인묘진사오丑寅卯辰巳午의 황극과 미신유未申酉의 무극, 술해자戌亥子의 태극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공空은 유술해酉戌亥에서 통일되는 바 이것이 만물의 핵이며 정신의 본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핵과 정신은 여기에 있는 술공戌空을 바탕으로 하고 발전하는 것인즉 만일 이와 같은 한 점, 즉 술공戌空이 없다고 하면 생명도 정신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토四土 중에서 술토戌土는 미토未土의 도움을 받으면서 정신과 생명을 창조하는 완수점完遂點인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22쪽
삼극으로 본 종통맥宗統脈
이제 십간과 십이지의 변화과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황극의 분열작용을 살펴보면, 십간에서는 갑甲에서 시작하여 무戊에서 끝이 나며, 십이지에서는 축丑에서 시작하여 오午에서 끝이 납니다. 다음으로 무극에서 일어나는 통일운동으로의 전환을 살펴보면, 십간에서는 기己에서 시작하여 신辛에서 끝이 나며, 십이지에서는 미未에서 시작하여 유酉에서 끝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태극에서 일어나는 통일작용을 살펴보면, 십간에서는 임壬에서 시작하여 계癸에서 끝이 나며, 십이지에서는 술戌에서 시작하여 자子에서 끝이 납니다.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상제님께서 천지일월과 삼극원리를 무극대도의 종통맥으로 삼으셨다는 것입니다.
상제님께서 “나는 천지일월(天地日月)이니라.” 하시고 건곤감리 사체(四體)를 바탕으로 도체(道體)를 바로잡으시니 건곤(乾坤:天地)은 도의 체로 무극이요, 감리(坎離:日月)는 도의 용이 되매 태극(水)을 체로 하고 황극(火)을 용으로 삼나니 이로써 삼원이 합일하니라. 그러므로 도통(道統)은 삼원합일(三元合一)의 이치에 따라 인사화(人事化)되니라. (도전 6:1:5~7)
증산 상제님은 신미생辛未生으로 탄강하셨습니다. 신은 무극의 완성이고, 미는 무극의 시작입니다. 태모 고수부님은 경진생庚辰生으로 탄강하셨습니다. 경은 무극의 중이며, 진은 황극의 중입니다. 또한 육기변화에서 진은 수로 작용하므로 태극에 해당합니다. 안운산 태상종도사님은 임술생壬戌生으로 탄강하셨습니다. 임과 술은 태극의 핵이 형성되는 수원水原입니다. 마지막으로 안경전 종도사님은 갑오생甲午生으로 탄강하셨습니다. 갑은 황극의 시작이며, 오는 황극의 완성입니다.
오행의 질량質量 변화
오행의 질량변화는 사상의학의 창시자이신 동무 이제마 선생이 제창하신 것입니다. 오행 변화의 이면裏面을 밝혀주어 우주변화의 실상을 더욱 소상히 알 수 있습니다.
질적 관찰과 양적 관찰
우주 만유의 변화현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질적 관찰과 양적 관찰이 그것입니다. 질적 관찰에서 질質은 사물의 성질性質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양적 관찰에서 양量은 사물의 형량形量을 의미합니다. 오행에서 木을 직향성이라고 하는 것은 성질을 말하는 것이고, 나무가 딱딱하다고 하는 것은 형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오행을 木火土金水라고 하는 것은 질적 관찰이고, 나무·불·흙·쇠·물이라고 하는 것은 양적 관찰입니다.
그러므로 질적 관찰이 무형의 기운을 위주로 사물을 파악하는 것이라면, 양적 관찰은 유형의 형상을 위주로 사물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질적 관찰이 양陽의 관점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라면, 양적 관찰은 음陰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것입니다. 후천 음의 시대를 맞이한 이때, 이제마 선생은 양적 관찰을 주창하여 인류에게 음의 관점에서 만물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었습니다. 양의 관점뿐만 아니라 음의 관점에서도 사물을 관찰할 수 있게 하여 우주의 변화를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온전히 파악할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선천 양의 시대 동안 인류는 하늘(양)의 관점에서 사물을 파악하는 질적 관찰을 주로 해왔습니다. 그래서 땅보다는 하늘을 중시하고, 남성 위주로 세상을 재단해 왔습니다. 하지만 양의 관점이나 음의 관점으로만 사물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편음편양偏陰偏陽으로 완전하지 못합니다. 만물 변화의 참모습은 음과 양의 관점에서 동시에 관찰해야 온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질량변화와 표리부동表裏不同
우리는 지금까지 목화木火는 양陽이고 금수金水는 음陰이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물질로서의 나무는 딱딱하고, 단단한 쇠는 열을 받으면 늘어납니다. 딱딱한 것은 음, 늘어나는 것은 양의 성질이므로 이렇게 본다면, 나무는 음이고 쇠는 양입니다. 이처럼 오행이 서로 다른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수水과 화火의 형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수水는 씨앗을 통해 그 형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씨앗(水)을 반으로 나눠보면 겉은 딱딱하지만[陰] 속은 부드럽습니다[陽]. 촛불(火)은 겉은 밝지만[陽] 심지가 있는 안쪽은 어둡습니다[陰]. 그래서 수水는 음이지만 내면의 성질은 양이기 때문에 양수 1을 붙여 1水라고 하고, 화火는 양이지만 내면의 성질은 음이므로 음수 2를 붙여 2火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1水, 2火는 사물의 겉과 속을 함께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표리부동한 만물의 형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하도河圖입니다. 목木과 화火는 겉으로 분열하는 양을 음이 속에서 제어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금金과 수水는 겉에 있는 음이 속에 있는 양을 싸고서 통일하는 모습입니다. 그동안 목화木火를 양, 금수金水를 음이라고 한 것은 겉의 현상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면 목화木火는 음, 금수金水는 양으로 정반대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표면에서 일어나는 오행의 변화(木火는 양, 金水는 음)를 파악하는 것을 질적 관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면에서 일어나는 오행의 변화(木火는 음, 金水는 양)를 인식하는 것을 양적 관찰이라고 합니다. 질적 관찰과 양적 관찰을 동시에 해야 만물의 실상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행의 질량변화
동양의학의 시초인 『황제내경皇帝內經』은 질적인 면에서 바라본 오행의 개념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제마는 양적인 면에서 오행의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하도를 다시 살펴보면, [간금肝金] 목木은 반대편에 있는 금金의 대화작용을 받아 겉은 양, 속은 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을목이 경금의 대화작용을 받아 을금으로 작용함으로써 형체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나무의 성질은 기운을 끌어 올리는 직향성(木)이지만, 물질적으로는 딱딱한(金) 것입니다.
[폐목肺木] 금金은 목木의 대화작용을 받아서 겉은 음, 속은 양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금이 을목의 대화작용을 받아 내부에 목기운을 통일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쇠의 성질은 열을 흡수하는 견렴성(金)이지만, 물질적으로는 늘어나는(木) 것입니다.
[신수腎水] 수水는 만물의 근원이므로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水도 반대편에 있는 화火의 대화작용을 받아 겉은 음, 속은 양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수가 정화의 대화작용을 받아 임목으로 작용함으로써 씨앗 내부에 생명력을 축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물의 성질은 수축하는 응고성(水)이 있지만, 물질적으로는 유동하는(火) 것입니다.
[심토心土] 화火는 수水의 대화작용을 받아서 겉은 양, 속은 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화가 임수의 대화작용을 받아서 분열의 극에서 무토로 변화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화의 성질은 기운이 퍼져나가는 산포성(火)이지만, 물질적으로는 사물을 태워서 재(土)로 만드는 것입니다.
[비화脾火] 토土는 식물에서 꽃에 해당합니다. 꽃은 가지·잎(火)보다 더 분열된 상태입니다. 지구(土) 내부에 마그마(火)가 있는 것에서 토가 화기운을 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선천 세상은 지축이 동북방(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화火의 발산하는 기운이 너무 강합니다. 그래서 화가 토의 자리에까지 영향을 끼쳐서 토가 화로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하지인 양력 6월(午)보다 7월(未)이 더 더운 것입니다. 더 나아가 미토未土는 대화작용을 통해 동북방에 있는 축토丑土에 열기를 전해주어 화원火原으로 변화시킵니다. 그러면 온기溫氣로 충만한 축토는 씨앗의 응고성을 토극수로 약화시켜 목기木氣를 탈출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土가 火로, 火가 土로 작용하는 것을 화토동덕火土同德이라고 합니다.
이상을 통해 오행의 변화 목적은 서로를 완성시켜 영원한 운동을 하는 데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우주는 오행의 표면과 이면에서 일어나는 상생(자화自化)·상극(대화對化) 작용을 통해 영생불궁永生不窮하는 것입니다. 우주의 변화운동을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극은 극克으로서 해치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만물을 생성하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즉 가히 필요극必要克이라 할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110쪽
木의 목적은 金을 만들려는 데 있고, 金의 목적은 木을 만들려는 데 있고, 水의 목적은 火를 만들려는 데 있고, 火의 목적은 水를 만들려는데 있다.
- 『우주변화의 원리』 101쪽
동무東武는 새로운 오행관을 제시함으로써 金水는 사지死地가 아니라 생지生地이며 木火는 생지가 아니라 사지라는 것을 밝혀 놓았던 것이며, 아울러 인간정신은 영생永生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기도 하다. - 『우주변화의 원리』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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