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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칼럼] 망심妄心과 무망지심无妄之心

by 가가운장 2024. 7. 12.

김재홍(충남대 철학과 교수) / STB상생방송 <소통의 인문학, 주역> 강사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생길 수 있다. 그 원인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끝없는 탐욕貪慾과 망심妄心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망심’이란 자신이 노력한 것보다 바람이 더 큰 탐욕을 말한다. 우리는 간혹 부질없는 행운(?)을 바라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의 행복한 생각에 빠져 흐뭇해하며 잠시나마 자신을 위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냉정한 결과에는 못내 아쉽고, 서운해하기도 하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삶이 보여 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천뢰무망괘天雷无妄卦

 

건괘(하늘)가 위에 있고 진괘(우뢰)가 아래에 있다. 우레가 아래에서 위의 하늘의 덕을 우러러보고 힘차게 움직여 나가는 상이다.

 

하늘의 에너지로 생명의 기운이 솟고 함께 움직이며 반응하니 세상사가 아무런 탈 없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모습이다.

 

강한 힘(건괘)이 밖(상괘)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역동적인 일(진괘)들이 안(하괘)에서 생겨나니 큰일을 이루어 나간다.

 

 

무망지심과 망심은 무엇인가? 주역에서는 무망'이란 거짓이 없고, 망령됨이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하늘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천도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무망지심이요, 반면에 인간의 욕심이나 인위로 움직이면 곧 망령된 마음인 망심이라는 것이다. , 진실하지 않은 인간의 욕심과 허망한 마음을 망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역은 군자가 나아가야 할 바를 밝히고 있는 사서삼경四書三經 중에서 가장 근원적인 경전이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도 무망지심을 가지고 매사를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성인지도를 실천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이러한 사례를 조선조 숙종실록肅宗實錄(권 제32, 6~7)의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호조 참의 이광적이 올린 상소문의 대략을 살펴보면, “원컨대 전하께서는 무망의 상하늘 아래에서 천둥이 치는 형상을 본받고 선왕이 때에 맞추어 만물을 기르는 덕을 스승으로 삼아, 마음을 보존하고 사물에 응해서 진실하고 거짓이 없게 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지성스럽고 거짓이 없게 하소서.(願殿下 體无妄 天下雷行之象 師先王對時育物之德 存心應物 眞實無妄 終始惟一 至誠无妄)”라고 하여, 하늘의 뜻에 따라 무망지심으로 만물을 기르는 이치를 따르면서 왕도정치를 행하라고 간곡히 권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에서도 우리 선조들이 무망지심을 얼마나 소중한 덕목으로 삼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망지심은 지극히 성실하고 참된 것을 말한다. 중국 송나라의 철학자인 정이천程伊川역전易傳에서 무망이라는 것은 지성至誠이며, 지성은 하늘의 도이다.(无妄者, 至誠也, 至誠者, 天之道也)”라고 하였다. 이것은 무망이 지극한 믿음과 정성을 의미하는 지성과 같은 말이라는 것이다. 중용에서도 은 하늘의 도라고 하여 무망지심과 천도와의 연관성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왜 망심을 버리고 무망지심을 가져야 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며,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 인간적이고 이기적인 욕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노력한 것보다 그 대가를 더 많이 기대한다. 이와 같은 마음이 망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헛된 욕심에서 기인한 망심은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부질없는 허상虛像을 좇게 하며 세상을 황폐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망심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부질없는 욕심과 집착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로 자신은 물론 가족들마저 망가지게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안타까운 일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인간의 본성이란 본래 선한 것인데 오죽하면 무례를 범하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인간의 과도한 욕심에서 오는 망심 때문이지 않겠는가? 결국 망심은 자신을 황폐화시키고 나아가 세상마저 메마르게 한다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천도를 행함으로써 무망지심을 가질 수 있으며, ‘그 바른 길이 아니고, 망심으로 나아가면 재앙이 따르고, 이로운 바가 없다.(其匪正有眚, 不利有攸往)’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 말은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거짓과 욕심을 버리고 진실 무망한 바른 길로 나아가라고 하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종교인들 중에서는 간혹 육신에 병이 생기면 각자가 믿는 종교적 섭리에 의지하며, 오로지 기도에만 매달리고 절대 병원을 가지 말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물론 종교적인 이적異蹟으로 병이 완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인간의 병에 대해서 육신의 병과 마음의 병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무망지질无妄之疾인 마음의 병이 생겼을 경우 절대로 약을 쓰지 말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마음의 병인 경우 오로지 성인의 말씀을 진실하게 순종함으로써 마음으로부터 기쁨이 있어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무망지심无妄之疾 물약유희勿藥有喜)

 

또한 망심이 없어도 때로는 생각지도 않는 마음의 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병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같이 한동안 병같이 보일 뿐 정말 병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므로 무망의 병에는 절대로 약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약으로써 치유될 육신의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약을 쓰는 것은 하늘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까닭에 주역에서는 하늘의 능력을 시험하지 말아야 한다.(无妄之藥 不可試也)’라고 말한다.

 

 

주역에서는 순리順理에 따라 사심이 없이 행한다면 무망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밭을 갈지도 않았으면 수확을 바라지 않는 것이 무망지심이다. 그러나 지나친 수확을 기대하는 사람의 생각이 망심이다.

 

때에 따라 밭을 갈고, 김을 매면서 수확을 바라지 않아야 무망지심이라고 한다. 이러한 무망지심의 결과로 ‘1년도 안 묵힌 밭에서 3년 묵은 밭처럼 수확을 얻을 수 있다.(불경확不耕穫, 불치不菑 여즉이유유왕畬則利有攸往)’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밭을 갈지 않아도 수확한다는 것이 무망지심의 결과이다. 즉 부하지 않으려 해도 부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망지심이면 가만히 있어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것은 욕심을 버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매사의 일에 임하면 그 결과에 감사할 수 있고, 그 수확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어찌 농사를 짓지 않았는데 3년 묵은 새밭처럼 수확이 나오겠는가. 이것이 개인적으로는 작은 것에 만족하면 행복을 얻는다는 길목이 아닌가 한다.

 

결국 무망지심이란 진실로 자연(바다가, 땅이)이 허락하는 만큼 수확하게 됨에 감사하며, 그 결과에 대해 겸허하고 사심 없이 순종하는 순박한 농심農心이요, 어부의 마음이 무망지심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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